매년 천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다는 로마의 옛터는 라틴어로는 포룸 로마눔(Forum Romanum)이라 하고 이탈리아어로는 포로 로마노(Foro romano)라고 한다. 2천년이 안 된 유적지는 제대로 취급도 안 하는 로마의 관광산업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곳으로, 콜로세움과 더불어 로마 관광의 양대산맥이다. 매일같이 구름 같은 관광객을 볼 수 있다.
잘린 기둥 조각에 앉아 있노라면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가고,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연설을 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그것을 듣고, ...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볼네의 1791년작 <폐허>는 주인공이 고대 로마의 이 폐허에 앉아서 이곳을 메웠을 인파와 공화국, 그리고 제국의 스러져간 영광을 떠올리고, 이따금 사제만이 외로이 이 곳을 지나가는 광경을 보고 "어째서 모든 문명은 결국 쇠락하고야 마는가? 문명이, 국가가, 제국이 멸망하지 않을 방법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그 전에 이미 기번이 1776년작 <로마제국쇠망사 제1권>을 쓸 공부를 하게 된 것도 이 곳에서 마찬가지의 상상을 하면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8세기에 로마의 옛 광장은 지금처럼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 '관리된' 관광지가 아니었다. 그곳을 아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고, 대개 상인들뿐 아니라 소, 양, 말도 다녔다.
기번과 볼네가 쓰러진 로마의 기둥에 앉아 소를 보며 공화국의 덕성과 제국의 영광을 상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