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구의 역학과 인류의 과거 및 미래 : 고드윈, 맬서스, 마르크스

고드윈(William Godwin) : 인간 사회에서 이성과 과학의 발달로 인해 먼 훗날에는 사적 소유도 없어지고 정부의 폭력과 억압도 없어지고 이상적이고 불멸하는 사회가 될 거다. 심지어 그러면 여자가 아이를 낳는 고통도 안 겪어도 될 지도 모른다. 일단 교육과 계몽과 진리 추구에 힘쓰자. (1793년, 정치적 정의에 대한 논고)

맬서스(T. R. Malthus) : 고드윈과 콩도르세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 하지마라. 인간은 생활조건이 나아지는 만큼 마구 자식을 낳기 때문에 인구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나서 또 생활조건이 나빠지고 취업이 안 되고 먹고살기 힘들어지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결혼 덜 하고 애 덜 낳아서 다시 인구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그런 식으로 자연조정을 거치면서 계속 인간사회는 고통과 비참함으로 가득 차 있을 거다. 이건 자연법칙이다. 이성과 과학이 발달해도 자연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함부로 복지정책 펼치면 인구가 왕창 늘어나서 사회의 비참함은 더 만성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1798년, 인구론)

마르크스(Karl Marx) : 맬서스는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임금 올리고 복지정책 펼쳐서 노동조건이 개선된다고 바로 인구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자본가들이 자본비중(기계비중)을 높여서 임금 상승을 막기 때문에 맬서스 니가 말한 것처럼 인구 증감 주기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인구 증감은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아니다. 그 원동력은 생산수단, 계급투쟁, 자본의 역학이다. 계몽사상가들이 과한 소리를 하긴 했지만 인류사가 이대로 고착되리라고 생각하는 맬서스야 말로 상상력의 부족과 기존 체제 정당화가 완벽하게 결합한 좋은 사례다. (1867년, 자본론)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Daniel Bensaïd, <혁명들: 위대하고 정지해있고 침묵하는> 요약-번역

<혁명들: 위대하고 정지해있고 침묵하는> 요약-번역 다니엘 벵사이드
Daniel Bensaïd, "Revolutions: Great and Still and Silent," in Mike Haynes & Jim Wolfreys (eds.), History and Revolution: Refuting Revisionism (London: Verso, 2007)

< I >
<노선(Lignes)>誌는 2001년 2월호에서 ‘혁명의 욕망’이라는 주제의 특집을 구성했다(참여 저자: Étienne Balibar, Jean Baudrillard, Daniel Bensaïd, Sylvain Lazarus, Michael Löwy, Edgar Morin, Jean-Luc Nancy, Enzo Traverso, Paul Virilio 등). 혁명의 욕망인가, 필요인가? 이는 생기 넘치는 욕망 같지만, 사실은 무덤의 헌화 같은 씁쓸한 향내를 풍기고 있다. 초창기의 추진력과 열정이 쇠진한 잔여물이 바로 욕망과 갈망이다.

필요로부터 해방된 욕망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주의적 판본에 불과하다. 욕망 기제는 무엇보다도 소비 기제인 것이다. 필요를 욕망으로 대체하는 것은 이론적 역사를 갖고 있다. 레옹 왈라스는 노동가치론을 한계효용가치론으로 대체하면서 객관적 가치를 주관적 가치로 대체했고, 샤를 지드는 ‘욕망치(desirability: 얼마나 바랄만한가, 얼마나 바람직한가)’라는 용어를 도입함으로써 ‘효용(utility)’이라는 용어가 풍기는 객관성의 냄새를 제거했다. 푸코는 1970년대 말에 혁명이 아직도 바랄만한 것인지(still desirable) 질문함으로써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 II >
얀 파토치카는 바로 혁명이라는 관념 자체에서 ‘근대성의 근본적 특징’을 본다. 샤토브리앙의 ‘혁명들’은 한나 아렌트에서 단수형 ‘혁명’이 되었는데, 이것은 시대의 새로운 의미론에 각인되었다. 즉 이제 과거…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대한 스미스의 한 마디

포자드생퐁(Barthélemy Faujas de Saint-Fond)이라는 프랑스 광물학자(암석학자?)가 1797년에 2권짜리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 여행기(Voyage en Angleterre, en Ecosse et aux îles Hébrides, ayant pour objet les sciences, les arts, l'histoire naturelle et les moeurs)>를 출판했다.


책 표지에 "뉴캐슬, 더비셔, 에든버러, 글래스고, 퍼스, 세인트앤드루스 등"의 암석과 광물에 대한 묘사를 담고 있다고 광고하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희한한 책이지만 온갖 과학에 대한 당시 독자층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는 부제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포자드생퐁이 이 책에 쓴 바에 따르면, 그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를 만나서 루소(Jean-Jacques Rousseau)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스미스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사회계약론(Du contrat social)>은 그 저자[루소]가 당한 숱한 박해를 모두 갚고도 남을 것입니다."

밑거나 말거나다. 그랬단다.

제프 일리, <무엇이 민주주의를 만드는가? 20세기 유럽의 혁명적 위기들, 민중정치, 그리고 민주적 성취> 요약-번역

무엇이 민주주의를 만드는가? 20세기 유럽의 혁명적 위기들, 민중정치, 그리고 민주적 성취 (요약-번역)제프 일리
Geoff Eley, “What Produces Democracy? Revolutionary Crises, Popular Politics and Democratic Gains in 20th-Century Europe,” in Mike Haynes & Jim Wolfreys (eds.), History and Revolution: Refuting Revisionism (London: Verso, 2007)


<공산주의 이후에 민주주의 개념화하기>

1989년 일련의 동유럽 혁명과 1991년 소련 해체가 가져온 냉전의 종식은 불가역적이고 기념비적인 전진으로 여겨졌지만, 그 주된 의미를 민중참여와 민주주의의 관점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경향이 짙었다. 즉 시장이 이행의 주된 척도를 제공한 것이다.

1989년 이후 정치의 공적 언어에서는 허용되는 주장과 신념의 범위가 크게 좁혀졌다. 소련식 계획경제의 붕괴는 케인즈주의로부터의 황급한 후퇴와 탈규제 추세를 강화시켰고, 공공재에 대한 경시를 부추겼다.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상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주의에 대한 일체의 옹호를 배척하는 방향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 사회주의 진영의 현실적인 경제적 강령이 고갈된 상황에서, 자유시장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경제모형은 확고한 주도권을 행사했고, 각종 조치와 협정을 통해 오늘날 세계화라 부르는 추세가 강화됐다.

현재의 담론에서는 민주화보다 시장이, 그리고 인간 행위자들의 집단적 작용보다는 시장세력의 승리가 변화의 원동력이자 진보에 필요한 역동성을 제공하는 힘이며 사태를 정당화하는 논변의 원천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시장의 힘은 각국 정부가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에, 특히 예전 민주주의 기획의 케인즈주의적이고 복지국가적인 성향에 제약을 부과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르크스주의는 힘을 크게 상실했지만, 한편 시장원칙의 거의 …